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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사무실 2 근로계약 해지 관련 메일 드립니다. 대표님께, 안녕하세요, L 차장입니다. 근로계약 해지 관련하여 퇴사 면담 전 사전 메일 보내드립니다. 아래와 같은 사유로 1개월 후인 3월 26일 퇴사 예정입니다. * 개인 업무 과중 - 경영지원 K 씨를 제외한 다른 모든 직원의 경우, 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팀의 경우,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업무를 분담하거나 조율할 수 있습니다. - 저의 경우 어느 팀에도 속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 업무인 ‘해외전시 매니징’ 및 ‘기획’ 업무 외에도 제 전문분야가 아닌 각종 공무(직접생산확인증명서 발급, 장치업체 등록, 조달청 등록, 실적 신고 등)을 맡고 있습니다. - 기획 업무 또한 C 실장님 팀과 K 실장님 팀의 기획 지원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거나, 여러 .. 더보기
방배동 사무실 1 사무실 책상 너머로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보인다. 열기구 형태의 모빌도 빙글빙글 바람에 돌고 있다. 공기청정기 바람에 흔들리는 가짜 나무일 뿐이지만, 그래도 위안이 된다. 일하는 중간중간 창밖의 실제 자연을 꿈꿀 수 있어서. 이 회사에 들어온 지도 6개월이 넘었다. 지난해 8월에 입사한 이후 술 한번 마신 적 없다. 작년 말 종무식 때 전 직원이 모여 점심을 한 끼 한 것이 전부다. 내 전임자가 퇴사할 때도, 회사 차원에서는 아무런 송별회가 없었다. 퇴사하는 그 사람이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꺼내 점심을 같이 먹었을 뿐이다. 어제 갑자기 같은 성별을 가진, 나이대도 비슷한 K 차장님이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 차장님과 나이가 좀 더 많은 팀장님, 그렇게 셋이서 지난해부터 술 한잔하자고 한 이.. 더보기
파리, 문제적 도시 2017년 4월. 반복되는 야근에 분노와 피해의식과 무력감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 있던 그 때,나에게 파리는 도망쳐 나오기 위한 절박한 핑계였다. 아니, 나는 이미 도망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체력도, 아이디어도, 의욕도 모두 고갈되어버린 채날카로운 가시만 남아 주변 사람들을 찔러대고 있었으니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가시는 더욱 깊이 박혔다.그들은 매번 상처를 입으면서도 기어이 나를 안아주었다.주위는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그렇게, 파리행을 결심했다.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모든게 명확해졌다. 5월, 퇴사 의사를 밝혔다.파리 드로잉 워크샵이 시작되었다.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했다. 6월, 백수가 되었다.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집수리학교에 다녔다. 7월,실업급여를 신청했다.지독한 .. 더보기